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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환자를 돈으로 보는 의사

기사입력 16-01-12 16:32 | 최종수정 16-01-12 16:32

     ◆전문가들이 사기를 치면 무지렁이 백성은 어찌하나
       ◆남북청소년교류평화연대 윤정규 사무총장

 

 

나쁜 꾀로 남을 속이는 행위를 사기(詐欺)라 한다. 사기를 행한 자는 사기죄로 처벌된다. 사기 중 최고의 사기는 사람의 몸, 즉 생명을 갖고 치는 사기다.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고귀하다. 그래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을 우대하는 것이다.

 

최근 의사가 내 몸을 갖고 사기를 치려다 발각됐다. 씁쓸한 경험담이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이 나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위를 공개한다.

 

지난 연말, 어깨에 통증이 생겨 집 인근인 서울 신도림동 S정형외과를 찾았다. 병원장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자고 해서 찍은 결과, 오십견으로 진단됐다. 치료를 받으면 금세 완쾌된다고 하였지만, 그날 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아팠다.

 

이튿날 사무실 근처인 방배동 Y병원을 찾았다. 척추·오십견 전문으로 의사만도 10여 명 되는 제법 규모가 있는 병원이다. 의사에게 MRI를 보였더니 엑스레이를 찍은 후 “근육이 찢어졌다”며 수술하면 금방 완쾌된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 수술하기로 날을 잡았다. 17만6000원을 지불하고 정밀검사도 받았다. 수술비는 250만원이라고 했다. 모든 게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계속되는 통증과 전문 병원의 진단이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귀갓길에 처음 찾았던 S정형외과에 다시 들러 Y병원 진단 결과와 이틀 후 수술을 하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하니 병원장이 발끈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다”며 격노했다. 병원장은 “대학병원 어느 곳이라도 좋으니 MRI를 보이고 다시 판정을 받아보라”고 했다. 진짜 근육이 찢어졌다면 수술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수소문 끝에 목동에 있는 E대학병원을 방문해 엑스레이를 다시 찍고 MRI를 보였다. 오십견으로 진단이 나왔다. ‘근육이 찢어지지 않았느냐’는 내 조심스런 질문에 S교수는 “근육은 건강합니다. 괜찮습니다”라고 말했다. 조금만 치료하면 완쾌된다는 말과 함께.


 

E대학병원을 나오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수술 날짜를 잡은 후 신도림동 S정형외과를 다시 찾지 않았다면 분명 거금을 주고 멀쩡한 어깨를 칼로 째는 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울화가 치밀었다.


 

감정을 진정시킨 후 방배동 Y병원을 다시 찾아갔다. 병원장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나에게 진실을 이야기한 다른 병원 의사들 욕만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오진과 과잉 진료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고 하자 병원장은 할 말이 없었는지 원무과장을 불러 나를 인계했다. 원무과장에게 따지니 그 역시 아무 말을 못했다.


 

신문사에서 정년을 보낸 나도 이처럼 당하는데 무지렁이 백성들은 오죽할까. 눈에 보이는 상거래 같았으면 명백한 사기죄에 해당할 것이다. ‘환자=돈’으로만 보는 이런 사이비 의료인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선진국이 되긴 아직 멀었다.

 

그도 의사에 입문할 때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을 텐데.


 

어디 의료계뿐이겠는가. 많이 배우고 어려운 자격증을 딴 전문가들의 도덕성을 촉구한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까지는 아니더라도 땀 흘려 일한만큼 대가를 받는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데 최소한 걸림돌이라도 되지 않길 바란다.

 

 

                                 <기사출처 = 로컬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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